[리뷰] - STATUE X STATUE - 2018.11.7~11.25 상업화랑


<추상적 대상으로써의 인체 조각>  - 신승오(페리지갤러리디렉터)    

이병호는 고전주의적 인체조각을 소재로 삼아 조각에서 표현하기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유동하는 상태의 조각을 제시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오고 있다그의 이전 작업들은 실리콘을 이용하여 조각의 외부의 표면과 내부의 사이의 공간에 주목해 사이에 공기를 주입하고 빼내는 반복적인 장치를 통해 형태의 변화와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것들이었다최근의 작업들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우선 그는 재료에서부터 작품의 유연한 표면을 위해 선택한 실리콘에서 다양한 표현을 있는 폴리우레탄으로 교체하였다이러한 재료의 변화는 그의 작업에서 인체를 대상으로 하여 여러 가지의 작업 방식 표현 방법을 실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이는 전시장에서 다양한 포즈의 인체들을공중에 매달거나 벽에 부착하기도 하고혹은 철제 구조에 고정시켜 보여주는 설치 방식에서도 찾아볼 있다그의 신작들은 인체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는가 하면팔과 다리 심지어 머리를 제거하여 토르소와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그러나 우리가 더욱 주목해 보아야 것은 인체의 표면에 대한 표현이다신체는 여기저기 잘려져서 분절되어 있어 갈라진 사이로 내부를 드러내며,때론 매끈하기도구멍이 나있기도부풀어 올라있기도 하면서 표면에 어떤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이번 <STATUE X STATUE>에서는더 나아가 이전에 전시되었던 작품을 다시 해체하고 분해하여 다른 작품의 부분으로 재조합 하거나 자연광을 충분히 전시장에 끌어들여 조각을 보는 위치에 따라 지각하는 것이 달라지게 하는 방식까지 사용하고 있다그렇다면 그는 이러한 작업은 어떻게 읽어 있을까?
일단 그의 작업 방식부터 살펴보면우선 라이브 캐스팅을 통해 인체의 기본적인 틀을 만든다그리고 틀에 캐스팅을 반복적으로 하여 작업을 위한 재료로써 신체들을 쌓아 놓는다기본적인 모듈처럼 단일한 형태를 가진 신체의 덩어리들을 규격화하는 것이다이런 재료들은 작가의 직관에 따라 다시 하나의 인체로써 재조합 혹은 신체의 변형을 통해 하나의 인체 작업으로 나타난다.이러한 결과물들은 표면적으로는 조각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체의 아름다움을 탐미하는 작업으로 보인다그러나 이병호에게 있어서 인체 조각은 사람의 몸을 표현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그는 조각이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질인 덩어리무게실존변함 없음고정된완전함 같은 단어에서 벗어나 가볍고변화 가능성이 충만하고 나아가 특정한 의미에 고정되지 않은 조각언어를 획득함으로써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조각에서의 유동성 획득하고자 한다따라서 그가 선택한 방법들은 전통적인 조각이 가지고 있는 고정된 완성이라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그렇다면 이를 통해 작가는 어떤 이야기 하는 것일까?

이런 관점으로 보면 그의 작업은 우리가 현재 순간에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의식하여야 대상이다물론 표면적으로 보이는 인체조각이라는 범주화된 대상으로 이름으로 붙여지고 고정된 결과물로 수도 있지만우리는 이러한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업을 단순하게 기존의 조각적 특성에 반해서 불가능한 과제를 실행하기 위한 과정으로만 인식해서 된다.오히려 이는 실재의 것을 직관적으로 읽어내기 위해서 완성 혹은 완결될 없는 대상을 만들어 내어 인식을 전환하려는 행위를 집중해서 보아야 한다다시 말해 결국 인체조각이라는 형식 뒤에서 작가가 본질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고정된 관념과 특정한 규정으로부터 벗어나 실재를 직시하는 것이다따라서 작가는 이러한 유동적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 조각이 가진 요소를 하나씩 제거해 나감으로써무엇인가를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태도와 방식만을 남긴다.그렇기에 이는 완성된 결과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불안정하고불명확한 상황으로 우리를 이끈다그리고 그의 인체 작업은 아무것도 아님과 동시에 완전하게 어떤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장소로 변모 된다이렇게 그의 인체 조각은 오히려 그것으로써 우리가 바라보는 대로 새로운 의미들을 만들어내도록 유연하게 열려있으며,우리는 이를 구체적 의미를 생산하는 고정된 대상으로써의 인체가 아니라 유동적이며추상적인 대상으로 보아야 것이다.